'영화제작을 바라는 MLB 선수들 스토리'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스포츠의 감동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승자와 패자로 엇갈리는 운명이지만, 명승부에 열광하는 팬들과 그 속에서 함께 땀 흘린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은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에 남아 화자되곤 한다.
때로는 그 때의 감동과 추억들이 스크린을 통해 우리곁에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매년 무수히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 틈바구니 속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들을 만날 때면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순간들부터, 한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들 까지. 가슴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무언가를 끄집어 내주는 듯한 스포츠 영화를 만날 때면, 또 한 번의 벅찬 감동을 느끼며 마지막에 자리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번 담아봤다.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선수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세 명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걸어온 길을 다저네이션의 시각으로 영화라는 시나리오와 함께 재구성 해봤다.
■잭 그레인키(Zack Greinke)-1983년생, 캔자스시티 로얄스 투수
'모두가 끝났다고 했다. 공황장애와 함께 잊혀진 천재 투수, 그가 보여주는 감동 실화'
2006년 여름 플로리다 올랜도의 어느 집. 오늘도 오전부터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잭은 모든 것이 괴롭다. 내성적인 성격은 좀 처럼 고쳐지지 않았고, 이젠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대인 기피증은 날로 심해져 갔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자신의 작은 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잭. 그 군간 자꾸만 머리 속에는 과거의 모습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자신의 모습. 2002년도 1라운드에 캔자스시티 로얄스 구단의 선택을 받고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던 한 청년이 보인다. 모두의 관심 속에 첫 발을 내딛고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던 금발의 청년은 2004년부터 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2005년을 5승 17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마무리한 잭은 모든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마음처럼 되지않는 야구. 이미 심신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스프링 캠프에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된다.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자신의 뒷모습. 그 순간 잭은 악몽에서 깨어나며 아픈 머리를 움켜쥐고 있다.
반복되는 악몽과 고통들. 타자 전향을 꿈꾸기도 하고 프로 골퍼가 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골프장을 기웃거리기도 하는 잊혀진 천재. 시간은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를 지우고 있었다. 이제 그의 곁에 남은건 아무 것도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온 여자친구 에밀리만이 아픔으로 괴로워 하는 그의 곁을 변치않고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꿈과 희망도 없던 잭에게 마운드에 다시 서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일이 벌어지는데...
<영화의 마지막 30분>
힘겨운 도전 끝에 다시 재기에 성공한 잭. 그는 2007년 중간계투로 팀에 복귀한다. 다음 해부터 다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시간이 흘러 대망의 2009년을 맞이한다. 영화는 어느덧 팀은 물론 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로 성장해 있는 잭의 모습을 그린다.
연일 승승장구하며 천재의 복귀를 알리는 잭. 언론은 그의 활약상을 대서특필 하고, 팬들은 그의 감동 스토리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사이영상 발표를 앞둔 MLB 사무국의 모습을 비춘다. 11월 18일, 결국 2009 AL 사이영상의 수상자는 잭 그레인키가 된다. 감동의 눈물로 남자친구의 수상을 기뻐하는 에밀리. 4일 뒤 둘은 평생가약을 맺으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명대사>
*잭 그레인키: (담당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 도중)
"자꾸 홈런을 맞는 악몽을 꿔요. 이제 나는 예전처럼 공을 던질 수 없을거 같습니다."
*에밀리: (그레인키를 끌어 안으며)
"우리 다시 해보자! 넌 반드시 해낼 수 있어!"
*조 마우어(미네소타 포수):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그레인키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투수였죠. 퓨처스 게임에서 그의 공을 받아 본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대단했어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이유>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이슈 중 하나는 단연 그레인키의 대활약과 사이영상 수상이었다. 촉망받던 천재 투수의 몰락. 공황장애라는 판정을 받은 뒤 세상과 담을 쌓으며 겁쟁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한 청년의 인생은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한 그의 인생 역전은 너무나도 드라마틱 했다.
영화의 소재로도 손색이 없어 보일 정도로 기승전결이 분명하며 만년 꼴찌팀 로얄스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에 최고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의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인생의 대반전을 이룬 모습까지. 그의 리얼 스토리는 너무나도 영화의 소재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런 유형의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특성상 훗날 헐리우드로 부터 영화 제작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실제로 작년 사이영상 수상 직후 고교 시절부터 곁에 있으면서 힘든 시절을 함께 버텨준 그녀, 에밀리 쿠차와 백년가약을 맺은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 여전히 어눌해 보이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법을 깨우친 잭. 쉽게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한 감동 실화다.
■조쉬 해밀턴(Josh Hamilton)-1981년생,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불의의 교통사고, 약물과 알콜 중독으로 쓰러져 가던 한 청년의 눈물겨운 인간승리 이야기'
때는 2005년 노스 캐롤라이나의 어느 작은 마을. 오늘도 전직 야구선수 조쉬 해밀턴은 술을 마시며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미 1년째 이런 생활을 이어오고 있던 조쉬에게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일상이다.
그의 괴로움을 달래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오직 술과 약물 뿐. 집안 한 구석에 놓여져 있는 각종 야구 관련 사진들과 상패들만이 그의 화려한 과거를 대변해 줄 뿐이다.
조쉬 해밀턴. 고교 시절 초특급 타자로 이름을 날리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왔던 왕년의 대형 유망주. 그게 바로 본래 그의 모습이었다. 1999년 5할이 넘는 타격과 2점대 방어율을 찍었던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천재적인 선수. 가는 곳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몰고 다녔던 잘생긴 백인 청년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2001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뒤부터 모든 것은 꼬이기 시작한다. 조쉬의 차량은 스프링 캠프에서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중 갑자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든 트럭과 충돌해 버린다. 처음에는 큰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그의 몸은 전처럼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좌절이라는 단어를 알게된다.
이후 야구는 뜻대로 되지않았다. 결국 술과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한 초고교급 선수는 그렇게 서서히 무너지고 만다. 선수 자격까지 박탈 당하고 온 몸에는 문신이 새겨지기 시작했으며 대중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는 아픔을 맞이하게 된다. 급기야 노숙자 신세로까지 전락해버린 왕년의 스타. 이젠 곁에 있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볼 낯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플로리다의 한 야구 아카데미에서는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게 되는데...
<영화의 마지막 30분>
영화의 중반부 까지는 나락으로 떨어진 조쉬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다시 재기에 몸부림치는 야구 선수이자, 한 인간의 굴복하지 않는 열정을 담는다. 이어서 마지막 30분. 조쉬는 재기에 성공했고, 영화는 2008 올스타에 까지 선정된 조쉬의 모습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그 어느 시즌보다 흥미진진 했던 2008 홈런 더비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마지막에 우승은 저스틴 모어노(미네소타)에게 돌아 갔지만 모두의 관심은 1라운드에서 28번이나 담장을 넘기며 신기록을 세웠던 조쉬에게로 쏠린다.
특히 영화는 홈런 더비에서 조쉬에게 공을 던져주는 한 노인과의 모습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 은발의 신사는 바로 조쉬가 고등학교 시절 함께했던 동네 야구부 코치.
당시 조쉬는 "제가 먼 훗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뒤 홈런 더비에 나가게 되면 그 때 제게 공을 던져 주시겠어요?"라는 부탁을 했었고, 결국 그 약속은 먼 길을 돌아 10년만에 지켜지게 된다.
어느덧 71살의 노인이 되버린 마운드 위의 스승과 타석에 들어선 제자. 10년만의 해후를 자축하듯 조쉬는 연거푸 감동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팬들의 가슴을 울린다. 2008년도 그 어느 선수보다 진한 감동을 선사한 조쉬 해밀턴. 영화는 2008 실버 슬러거를 수상한 그의 모습을 그리며 막을 내린다.
<명대사>
*조쉬 해밀턴: (아이가 태어날 아내의 배를 바라보며)
"아빠가 더 잘할게. 우리 딸들 다시는 고생시키지 않을게"
*클레이 카운슬 (조쉬의 은사): (계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조쉬를 바라보고 웃으며)
"자네 언제까지 나를 마운드 위에 세워둘 것인가"
*저스틴 모어노 (홈런더비에서 우승한 후):
"오늘의 진정한 승자는 제가 아니라 조쉬입니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이유>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이 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스타로 자리 매김한 조쉬 해밀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장미빛 인생을 기약하던 유망주에게는 너무나 억울하고 가혹했던 교통사고.
이어서 찾아온 부진과 방황, 결국 술과 약물에 손을 대며 무너져 가는 한 인간의 모습까지. 온몸에 퍼져있는 그의 문신은 마치 그 때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어느덧 세 딸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가정을 꾸린 조쉬 해밀턴. 올시즌 그 어느 선수보다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그가 있기 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때문에 꼭 한 번 영화로 다시 만나고 싶다.
■故)닉 아덴하트(Nick Adenhart)-1986년생, LA 에인절스 투수, 2009년 4월 사망
'불꽃처럼 사라진 23살 청년의 꿈과 도전. 너를 잊지 않을거야'
"난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오늘도 한 청년은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내뱉으며 재활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과정에 진저리가 날 법도 하지만, 묵묵히 모든 과정을 참아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닉 아덴하트. 지금쯤 그라운드에서 150km의 강속구를 뿌려야 될 투수가 유니폼이 아닌 환자복을 입고 오늘도 힘겨운 재활을 견뎌내고 있다.
촉망받던 고교 유망주 투수. 그러나 2004년 드래프트를 불과 2주 남겨둔 시점에서 불행은 찾아온다. 고교야구 리그 플레이오프에 오른 닉은 언제나처럼 힘차게 공을 던졌지만 안타깝게도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과 토미 존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 받던 고교 유망주는 졸지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그 후 매일 같이 말 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재활만이 그의 심경을 대변해 주고 있다.
2년동안 힘겨운 재활을 이겨낸 노력의 결과였을까. 2006년부터 서서히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닉은 퓨처스게임 미국 대표와 2007 올림픽 대표팀 후보에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 뒤 비록 잠시였지만 2008년 꿈에 그리던 빅리그 입성을 하게 되고, 비로소 다음 해인 2009년 스프링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다시 한 번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영화의 마지막 30분>
영화는 2009년 스프링 캠프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닉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확히 개막 3일 째인 운명의 4월 8일. 팀의 3선발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었던 닉의 2009년 처음이자 마지막 등판이 이뤄진다.
비록 구원진의 난조로 팀이 패하고 본인은 승패없이 물러났지만 닉은 빅리거 생에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피칭을 선보인다. 6이닝 7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 주목받던 유망주에서 토미 존 수술의 기나긴 재활을 이겨낸 어린 투수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 했다.
경기가 끝난 뒤까지 동료들의 격려와 지인들의 축하가 이어지고. 자정을 넘긴 시각, 앞으로 다가올 운명도 모른 채 친구 세 명과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닉. 차안에서는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그들을 태운 차량은 교차로에 멈춰서게 된다.
이어서 어디선가 갑자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승합차는 그들을 덥쳐 버리고. 닉의 웃음 소리도 거기서 끝나고 만다.
얼마의 침묵이 흘렀을까. 영화는 어떻게든 닉을 살려보려는 의사들의 분주한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지나간 과정들이 오버랩 되면서 화면은 닉의 고향 메릴랜드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야구장 '닉 아덴하트 메모리얼 필드'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명대사>
*닉 아덴하트: (토미 존 수술을 앞두고 걱정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엄마! 걱정하지마.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야!"
*마이크 나폴리(마지막 경기에서 아덴하트와 베터리를 이뤘던 포수):
"(영원히 잠들어 버린 아덴하트를 바라보며) 이봐 친구. 그 곳에는 자네 공 받아줄 사람이라도 있나.
나중에 내가 갈 때 자네를 위한 미트 꼭 챙겨 가겠네."
*자넷 아덴하트(아덴하트 어머니):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캘리포니아로 날아와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엄마가... 엄마가 늦어서 너무 미안해..."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이유>
자칫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23세 신인 투수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대중에게 과연 얼마나 부각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의문은 영화 제작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인이 생전에 걸어온 길을 떠올려 보면 결코 쉽게 간과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특급 유망주에서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토미 존 수술 경력의 투수. 이후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했던 그는 실제로 어린나이 답지 않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오직 열심히 재활에만 몰두 했다고 한다.
불굴의 의지와 함께 의젓한 모습으로 희망찬 미래를 준비했던 고인은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사고는 이미 전과를 가지고 있었던 한 청년에 의해서 일어난 뺑소니였다. 당시 피의자는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고, 애석하게도 그의 나이는 닉 아덴하트와 같은 23살이었다.
그저 빅리그 성공 신화를 쓴 선수도 아니고, 커리어가 길지도 않은 신인 투수의 죽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 아덴하트의 모습. 즉 그 어느 순간에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고인의 생전 모습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충분한 교훈과 감동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불의의 사고가 앗아간 안타까운 한 청년의 꿈. 그리고 2009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의 락커를 없애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던 에인절스 팀 동료들의 우정과 의리. 마지막으로 그의 죽음을 가슴에 묻으며 보여줬던 가족들의 굳건한 모습들까지. 아직도 난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다저네이션의 에필로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 영화의 공통점은 대부분 미리 실제 있었던 결과를 알고 본다는 것이다.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는 있어도 그만큼 흥행이라는 민감한 부분까지 함께 충족시키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국내외적으로 실화를 소재로 만든 스포츠 영화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장르의 폭을 넓히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위 세 선수의 공통점은 승부에서 이기고 1등을 목표로 싸운 영웅들의 스토리가 아니다. 최고의 유망주들이었지만, 저마다의 사연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슬픈 영혼들의 이야기다.
야구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다시 치고, 달리고, 던지기 위해 몸부림 치던 평범한 인간의 모습들이다.
어떻게 보면 이젠 흔해 빠진 이야기들. 자칫 진부해 질 수도 있는 꿈과 희망, 그리고 도전이라는 명제를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동은 몇 번을 보고 들어도 가슴 속 잔잔한 울림으로 번지는 것만 같다.
그 어느 선수들 보다 감동적인 성공 신화를 보여준 잭 그레인키와 조쉬 해밀턴,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하지만 슬픔 속에서 인생의 용기와 희망을 일깨워준 닉 아덴하트까지.
이들은 언젠가 스크린에서 꼭 다시 만나고픈 아름다운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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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dodgernationkore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