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휴스턴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휴스턴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1/11/2019

-[MLB리포트] 메이저리그 개폐식 돔구장들의 특징과 차이점

뜨거운 사막 기후 때문에 지붕이 필요했던 체이스 필드 ⓒdodgernation.net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총 6개의 개폐식 돔구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개장년도 순으로 나열해보면 로저스 센터(Rogers Centre/토론토/1989년), 체이스 필드(Chase Field/애리조나 /1998년), 세이프코 필드(Safeco Field/시애틀/1999년), 미닛메이드 파크(Minute Made Park/휴스턴/2000년), 밀러 파크(Miller Park/밀워키/2001년), 말린스 파크(Marlins Park/마이애미/2012년) 순입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 센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5개 구장은 모두 미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는 전통적으로 푸른 그라운드 위에서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즐기는 경기였습니다. 1938년 다저스 구단에 의해 최초로 조명탑이 설치된 구장(에베츠 필드)에서 경기를 치룰 때도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로 이어졌습니다. 

폭우가 아닌 이상 비를 맞으며 경기를 치뤘고, 바람이 많이 불면 그것 또한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여겼습니다. 선수들 못지 않게 더우면 더운데로, 추우면 추운데로 관중석에 게임을 즐겼던 관중들 역시 이런식으로 야구와 함께 해왔습니다. 

하지만 1965년 메이저리그 구장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세계 최초의 다목적 돔구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애스트로돔(당시 이름은 해리스 카운티 돔드 스타디움)이 탄생한 것입니다. 야구 경기가 시작되면 뜨거운 햇살에 땀을 흘리고 차가운 밤 공기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던 미국인들에게 돔구장의 등장은 큰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천장이 막혀있는 이런 답답한 곳에서 어떻게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느냐!" 라고 말하며 돔구장은 야구의 전통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과 관중들은 돔구장에서 펼쳐지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 나은 경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구장이었지만, 모두가 웃으며 게임을 즐기는 데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야구장의 정통성을 지키려는 보수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돔구장은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시애틀 킹돔(1972년), 미네소타 메트로돔(1979년) 등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메이저리그에도 점차 돔구장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이들 돔구장은 모두 해당 지역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1년내내 게임/이벤트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입장에서는 야구 전용구장이 아니었기에 100% 완벽할 수 없는 경기장 여건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구장 내부 공기 순환과 부상 위험이 있는 인조잔디 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돔구장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쾌적한 구장 환경을 염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1989년에 등장한 '메이저리그 최초의 개폐식 돔구장'인 캐나다 로저스 센터(당시 스카이돔)는 한 단계 진화한 돔구장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비록 인조잔디 위에서 게임을 펼칠 수 밖에 없었지만, 마음대로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장점은 돔구장 경기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혁신이었습니다. 

이어서 마침내 1998년 천연잔디까지 갖추고 미국 본토에 등장한 체이스 필드는 돔구장에 대한 최후의 이질감마저 사라져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체이스 필드의 성공은 메이저리그에서 개폐식 돔구장 건립이 탄력을 받는 계기였습니다. 그 결과 기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연고지를 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모두 개폐식 돔구장이라는 카드를 선택했고, 체이스 필드 이후 지금까지 총 4개의 구장들이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총 6개의 개폐식 돔구장들은 모두 똑같을까?'

일단 단지 겉으로만 보면 약간씩 디자인에서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지붕 개폐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한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장의 건축 목적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예를들어 비를 피하기 위해 돔구장 건립이 끊임없이 대두되었던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돔구장이 필요하기도 했고, 반대로 또 다른 지역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돔구장을 건립한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 지역마다의 기후 특성에 따라 돔구장의 특징도 나뉜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메이저리그 6개 개폐식 돔구장들의 건축 목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단순하게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 이전에, 그 지역만의 기후적 특성을 먼저 고려할 수 밖에 없었던 메이저리그 개폐식 돔구장의 이야기입니다.


지붕을 열었을 때도 에어컨을 가동하는 체이스 필드 ⓒdodgernation.net



■무더운 기후를 피해서 (체이스 필드, 미닛메이드 파크, 말린스 파크)
미국 본토에서 가장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개폐식 돔구장 애리조나 체이스 필드는 뜨거운 사막 기후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애리조나는 지리적 위치상 서부의 관문이나 다름 없는 곳입니다. 때문에 예전부터 서부지역 물류 이동의 중심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와 생활비를 자랑하는 곳이고, 최근에는 교육 시스템이 훌륭한 주(STATE)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모든 장점을 누르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 불청객이 존재합니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사막 기후가 바로 그것입니다.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3월부터 90도(섭씨 32도)를 넘나드는 애리조나 기후는 한 여름에는 110도(섭씨 43도)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밖에서 숨을 쉬기조차 힘든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때문에 이곳은 일찍이 신생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생길 때부터 홈구장은 반드시 돔구장 형태로 지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한편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하고 있는 미닛메이드 파크와 지난 2012년에 개장한 최신 개폐식 돔구장 마이매미 말린스 파크는 무더운 기후에 한가지가 더 추가됩니다. 그것은 바로 습기입니다. 뜨거운 텍사스에 위치한 휴스턴은 미국 남부 멕시코 만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은 언제나 덥고 습한 기후 속에서 야구 경기를 펼쳐야만 합니다. 여기에 여름에는 평균 7인치 이상의 비가 내리는 지역이니 반드시 구장위에 지붕이 있어야 되는 조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이애미에 위치한 말린스 파크 역시 미닛메이드 파크와 사정이 비슷합니다.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 여기에 5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를 대비해야만 했기에 이곳 역시 지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 세구장의 특징은 모두 성능 좋은 대규모 에어컨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5년전 8월에 체이스 필드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밖은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였지만, 구장안으로 들어서자 시종일관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에어컨 바람 덕에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과거 패쇄형 돔구장들과는 달리 구장내 공기순환 시스템도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구장내 공기가 그렇게 탁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폐식 돔구장에서 좀 더 쾌적한 관전 환경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는 부분입니다. 








눈으로 뒤덮힌 4월의 밀러 파크 ⓒsoulamp


■추워서 지붕을 닫아야만 한다 (밀러 파크, 로저스 센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돔구장을 떠올리면 대부분 더운 기후와 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추운 기후 때문에 지붕이 필요한 지역도 있습니다. 바로 밀워키 밀러파크와 토론토 로저스 센터를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밀러 파크는 밀워키 지역의 추운 기후를 염두해서 만든 개폐식 돔구장입니다. 밀워키는 작은 바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미시간 호수 옆에 붙어있는 도시입니다. 이곳은 몹시 추울 때는 4월에도 33도(섭씨 영상 1도) 정도의 기온 분포를 보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로저스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토론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977년 개막전을 눈 속에서 치뤄야만 했던 토론토는 어느 지역보다 추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돔구장이 절실할 수 밖에 없었던 지역입니다. 때문에 1989년 로저스 센터가 개장했을 때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당시 로저스 센터가 지붕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신기하게 바라봤다는 재미난 후문도 전해집니다.  

한가지 덧붙이면 로저스 센터는 건축비용(5억 7천만 달러/지금 환율로 따지면 무려 9억 3천 7백만 달러)의 25%가 지붕 제작에 투입된 구장입니다. 자세히 보면 더운 지역의 개폐식 돔구장과는 달리 로저스 센터 지붕은 좀 더 튼튼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영하의 날씨에도 이상없이 움직이면서, 무거운 눈 무게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우산 스타일의 지붕을 가진 세이프코 필드 ⓒdodgernation



■주목적은 더위와 추위도 아닌 비 (세이프코 필드)
시애틀은 다른 개폐식 돔구장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과 비교하면 무척 일관적이고 평균에 가까운 기온 분포를 보이는 곳입니다. 야구가 펼쳐지는 시즌 평균 온도 역시 섭씨 20도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세이프고 필드의 개폐식 지붕 컨셉은 지붕을 닫고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만들 목적이 아니었고, 추운 기후를 견디기 위한 난방 목적도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오로지 워싱턴주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를 피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시애틀은 1년중 130일 이상 비가 내리는 도시 Top10에 포함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시애틀 구단은 비를 피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돔구장들처럼 완전히 밀폐된 답답한 모습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그런 이유로 탄생한 것이 바로 우산 형태의 지붕입니다. 

시애틀은 다른 돔구장들과는 달리 지붕을 닫아도 자연 채광과 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입니다. 인위적으로 돔구장내 대형 창문(체이스 필드, 말린스 파크)을 통해서가 아닌, 우산처럼 비는 막으면서 채광과 통풍은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지붕을 열어야 많은 관중이 들어차는 밀러 파크 ⓒMLB.COM



■지붕은 구단의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
우리 생활에서 날씨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찬가지로 야외에서 펼쳐지는 모든 스포츠 역시 날씨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수익과 직결되는 프로스포츠, 그중에서도 6개월 동안 162게임의 대장정을 펼치는 메이저리그는 더욱 더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6개의 개폐식 돔구장들은 모두 등장과 함께 구단의 수익이 증가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지붕 하나에 시즌티켓 판매, 관중 증가, 광고비 수익 증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관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후에 따른 경기 지연이나 취소 및 연기가 될 염려가 없으니 홈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프로모션 진행과 함께하는 구단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선순환을 보여줍니다.  

한 예로 대표적인 비인기 구단으로 알려진 마이애미 말린스는 말린스 파크가 개장한 뒤 관중동원 순위가 세 계단 상승했습니다. 밀러 파크 역시 개장후 첫 6시즌 동안 평균 관중이 5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밀러 파크는 이제 더 이상 날씨에 영향을 받질 않으니, 개장후 수백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재미난 점은 6개 개폐식 돔구장들 모두 지붕을 여는 시기에 따라서 티켓 값도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시즌전 미리 정해진 티켓 균일가가 있지만, 제 2 시장에서 거래되는 티켓들은 시기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말린스 파크와 미닛메이드 파크는 시즌초 지붕을 여는 횟수가 많은 이 시기에 관중도 많고 티켓 값도 가장 비싼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막 시즌이라는 프리미엄이 붙긴 하지만, 4월초 티켓값이 가장 비싸다는 점은 눈여겨 볼 점입니다. 

말린스 파크와 미닛 메이드 파크는 시즌 전체 홈 게임의 80%를 지붕을 닫고 경기를 펼치는 구장입니다. 때문에 이 지역 팬들에게는 오히려 지붕을 닫는 횟수가 적은 4월이 가장 인기있는 시즌이라는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 시즌 초 티켓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밀워키 밀러 파크는 또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구장입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시즌초에는 대부분 지붕을 닫고 경기를 펼치는 이곳은 자연스럽게 이 시기의 홈경기들은 인기가 없습니다. 

추워서 움직이기도 싫고, 지붕을 닫고 경기를 펼치는 모습도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입니다. 반면 여름쯤이 되면 밀러 파크의 티켓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20도 안팎의 기후 분포를 보이는 6월~8월에는 지붕을 열고 게임을 펼치는 횟수가 많고, 자연스럽게 관중들도 많이 들어차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6개 개폐식 돔구장은 저마다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dodgernationkorea@gmail.com












1/01/2019

-[MLB토크] 구리엘의 인종차별 행동, 그리고 다저스






이곳 시각으로 27일(금)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3차전이 펼쳐졌다. 1,2차전을 사이좋게 한 경기씩 가져가며 팽팽히 맞선 가운데 LA에서 휴스턴으로 무대를 옮긴 상황. 

월드시리즈 세번째 맞대결은 시리즈 향방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경기였다. 때문에 29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와 창단 첫 정상의 자리를 넘보는 휴스턴으로서는 결코 쉽게 내줄 수 없는 경기였다.

승부는 초반에 갈렸다. 그리고 승리의 여신은 휴스턴에게 미소지었다. 선발투수 다르빗슈가 일찍 강판당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던 다저스는 휴스턴 투수 두명에게 4안타 빈공에 시달리며 중요한 3차전을 허무하게 내줄 수 밖에 없었다. 다저스로서는 투타에서 모두 완패한 경기였다.

그러나 3차전은 휴스턴으로서도 썩 기분좋은 승리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 남은 경기와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회말에 다저스 선발 다르빗슈에게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휴스턴의 1루수 율리 구리엘의 행동하나가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구리엘은 홈런의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급기야 양쪽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인 행동까지 보였고, 이는 곧바로 생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구리엘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행동 ©FOX TV 중계 캡쳐



미국에서 양쪽눈을 찢는 행위는 명백하게 동양인들을 비하하는 행위이다. 미국 뿐만이 아닌 전세계 야구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월드시리즈에서 인종차별 행동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으니, 이는 곧 수많은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구리엘은 경기후 사과 인터뷰를 했지만, 성의없이 마지못해 카메라 앞에선 느낌까지 들게 만들면서 오히려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고갔다.

2001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경기후 발빠르게 조사에 착수했던 MLB사무국이 하루만에 내년 시즌 5경기 출장정지라는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그저 서둘러서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라는 것이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인 만큼 사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만 보이는 것 같아 더욱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종차별 문제는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해묵은 논란거리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신들 역사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지만, 이곳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는 아마 몇 십년, 몇 백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공식적인 이벤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일반 미국인들의 삶 속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2주전 컵스와의 NLCS 1차전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는 다저스타디움 외야석 모습 ©다저네이션


그런데 재미난 점은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다르빗슈가 소속되어 있는 팀이 다저스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가 다저스 구단이 직접 나설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다저스 구단이 어떠한 행동을 따로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세간의 시선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구단인 다저스의 배경을 다시 한번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도시중 하나이자 다인종들의 집합소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를 연고로 두고 있는 구단이 바로 다저스다. 그들은 최초로 흑인 선수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으며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었다. 가장 먼저 남미와 아시아 야구 시장의 개척자였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해외출신 선수들이 다저스를 거쳐갔다.

이처럼 다저스라는 이름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와 가장 상극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대표 구단이다. 때문에 LA 지역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면서 다시 한번 다저스가 걸어온 선구자의 길을 구리엘의 솜방망이 처벌과 함께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덧붙여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시민들이 극도로 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과연 구리엘의 어리석은 행동은 어디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킬까. 그 사건 이후 오늘 펼쳐진 4차전에서 다저스는 반격에 성공하며 다시 시리즈 전적 2:2까지 만든 상황. 혹시 7차전에 간다면 다르빗슈의 각성 및 멋진 피날레 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LA에서 최종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 확정된 지금, 이곳에는 '인종차별자'의 이름을 연호해줄만한 아둔한 팬들은 없다는 사실이다.



/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dodgernation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