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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019

-[MLB토크] 구리엘의 인종차별 행동, 그리고 다저스






이곳 시각으로 27일(금)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3차전이 펼쳐졌다. 1,2차전을 사이좋게 한 경기씩 가져가며 팽팽히 맞선 가운데 LA에서 휴스턴으로 무대를 옮긴 상황. 

월드시리즈 세번째 맞대결은 시리즈 향방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경기였다. 때문에 29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와 창단 첫 정상의 자리를 넘보는 휴스턴으로서는 결코 쉽게 내줄 수 없는 경기였다.

승부는 초반에 갈렸다. 그리고 승리의 여신은 휴스턴에게 미소지었다. 선발투수 다르빗슈가 일찍 강판당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던 다저스는 휴스턴 투수 두명에게 4안타 빈공에 시달리며 중요한 3차전을 허무하게 내줄 수 밖에 없었다. 다저스로서는 투타에서 모두 완패한 경기였다.

그러나 3차전은 휴스턴으로서도 썩 기분좋은 승리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으로 남은 경기와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회말에 다저스 선발 다르빗슈에게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휴스턴의 1루수 율리 구리엘의 행동하나가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구리엘은 홈런의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급기야 양쪽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인 행동까지 보였고, 이는 곧바로 생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구리엘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행동 ©FOX TV 중계 캡쳐



미국에서 양쪽눈을 찢는 행위는 명백하게 동양인들을 비하하는 행위이다. 미국 뿐만이 아닌 전세계 야구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월드시리즈에서 인종차별 행동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으니, 이는 곧 수많은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행위일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구리엘은 경기후 사과 인터뷰를 했지만, 성의없이 마지못해 카메라 앞에선 느낌까지 들게 만들면서 오히려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고갔다.

2001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경기후 발빠르게 조사에 착수했던 MLB사무국이 하루만에 내년 시즌 5경기 출장정지라는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그저 서둘러서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라는 것이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인 만큼 사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만 보이는 것 같아 더욱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종차별 문제는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해묵은 논란거리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신들 역사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지만, 이곳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는 아마 몇 십년, 몇 백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공식적인 이벤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일반 미국인들의 삶 속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2주전 컵스와의 NLCS 1차전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는 다저스타디움 외야석 모습 ©다저네이션


그런데 재미난 점은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다르빗슈가 소속되어 있는 팀이 다저스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가 다저스 구단이 직접 나설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다저스 구단이 어떠한 행동을 따로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저 세간의 시선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구단인 다저스의 배경을 다시 한번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도시중 하나이자 다인종들의 집합소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를 연고로 두고 있는 구단이 바로 다저스다. 그들은 최초로 흑인 선수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으며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었다. 가장 먼저 남미와 아시아 야구 시장의 개척자였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해외출신 선수들이 다저스를 거쳐갔다.

이처럼 다저스라는 이름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와 가장 상극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대표 구단이다. 때문에 LA 지역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면서 다시 한번 다저스가 걸어온 선구자의 길을 구리엘의 솜방망이 처벌과 함께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덧붙여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시민들이 극도로 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과연 구리엘의 어리석은 행동은 어디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킬까. 그 사건 이후 오늘 펼쳐진 4차전에서 다저스는 반격에 성공하며 다시 시리즈 전적 2:2까지 만든 상황. 혹시 7차전에 간다면 다르빗슈의 각성 및 멋진 피날레 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LA에서 최종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 확정된 지금, 이곳에는 '인종차별자'의 이름을 연호해줄만한 아둔한 팬들은 없다는 사실이다.



/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dodgernation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