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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2018

-[MLB토크] 박찬호에게 야유하는 다저스 팬? MLB 응원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자


프렌차이즈 선수로서 7년간 필리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랜디 울프. 이번 원정 3연전에서도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선수였다. 하지만 친정팀 마운드에 오른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필리스 팬들의 환호가 아닌 야유였다.



이번 2009 NLCS 1차전 직후 국내 각종 야구 사이트나 게시판에서는 한가지 논란이 되었던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1차전에 다저스타디움에서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지킨 박찬호에게 다저스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논란은 2차전에 박찬호가 등판을 했을 때도 가실 줄을 몰랐습니다.

비록 제가 다저스 팬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다저스 팬들을 옹호 한다고 비춰질수도 있겠지만, 그저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행위는 MLB 구장에서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하나의 응원 문화입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바로 어제였습니다. 챔피언 시리즈 4차전에 등판한 다저스 선발투수 랜디 울프를 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울프 같은 경우는 필라델피아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필리스를 사랑했던 프렌차이즈 선수였습니다.

울프는 1999년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7년간을 필라델피아에서 뛰었으며 4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리는 등 필리스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이스급 선발투수였습니다. 2007년 필리스가 14년만에 플레이오프에 오르기 전까지 암흑기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던 팀을 충실히 지킨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19일 경기에서 이런 울프에게 들려온 것은 환호가 아닌 엄청난 야유였습니다.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서도 그를 향한 야유는 극치를 이룹니다. 울프는 알게 모르게 미국인들이 더 좋아하고 챙기는 오리지날 백인인데도 말입니다. (어느분은 박찬호의 경우를 들어 인종차별로 까지 확대 해석을 하시더군요.)

그러나 해당 선수인 울프나, 이걸 바라보는 저를 포함한 현지 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상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행위는 그저 그들이 즐기는 야구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구장내 팬들 전부가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일부 사람들이 그러는 행위일 뿐더러, 그 일부의 행위 조차도 전혀 문제가 될게 없는 미국의 평범한 야구 문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매년 팀 로스터에 상당수의 얼굴들이 바뀌고, 넓은 대륙에서 30개 팀이나 되다보니 팀의 대스타 및 전설적인 선수가 아닌 이상 전 소속 선수에 대한 애정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것도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겠습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세이프코 필드를 방문했던 랜디 존슨의 모습. 친정팀 구장을 방문해서도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지역 연고제가 자리잡고 있는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는 언제나 본인들의 연고팀이 최우선입니다. 홈팀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방법이나 법에 저촉되는 행위만 아니라면 사기 진작 차원에서라도 무슨 일이든지 못할 게 없는 미국 팬들이라고 봅니다.

이것도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올 시즌 리글리 필드에서 필리스의 중견수 셰인 빅토리노가 공을 잡으려고 하자 외야의 한 컵스 관중은 빅토리노의 수비 방해를 위해서 들고있던 맥주컵을 그에게 던져버립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이런 행동 자체는 절대로 용납되서는 안되겠지만 그 팬의 마음 만큼은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그만큼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는 홈 어드벤티지가 갖는 힘은 엄청난 것이고, 상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경기 도중에 일어나는 야유들도 그저 홈 어드벤티지의 일종으로 간주해버리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에도 필리스에게 발목이 잡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던 다저스 팬들은 올해 역시 지난해와 똑같은 시점에 필리스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저스도 아닌 상대팀에서 전력 투구를 하는 박찬호가 그리 이쁘게 보이진 않았을 것으로 추론해 봅니다. 때문에 경기에 몰입하고 흥분한 일부 관중들의 추태도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박찬호가 그것도 친정팀 팬들에게 야유를 당하는 모습이 국내 팬들이 볼때는 굉장히 섭섭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 정도로만 쉽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야유 속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친 박찬호 선수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본 내용은 2009년 10월 21일 다저네이션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포스팅입니다. 


/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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