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2018

-[MLB토크] 박찬호의 양키스, 다저스를 만난다.



현재 로스엔젤레스 곳곳에서는 올해 6월(25일~27일)에 있을 양키스와의 홈 3연전을 알리는 광고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정규시즌의 특정한 3연전만을 위한 특별 광고판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다저네이션

                           
박찬호의 양키스 계약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구계 안팎에서 떠들석한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젠 세월도 많이 흘러 불혹을 앞두고 있고 예전과 같은 화려함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그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여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처음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박찬호는 물론 시장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억측들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쉽게 계약을 체결하는 뉴스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것들은 MLB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구단이나 선수할 것 없이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었을 것입니다. 

한가지 예로 아직 2년 정도는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마쓰이가 그 가격(1년, 650만 달러)을 받고 에인절스로 갈 때만 하더라도 많은 손해를 무릅쓰고 일찍 계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입장에서는 일찍 계약을 했으니 그 정도라도 받았다는 의견들이 다분합니다. 최근에 디트로이트와 계약한 데이먼의 경우도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입니다.

즉 좀 더 깊게 생각을 해보면 박찬호는 그간의 과정들에 대해서 그리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더 많은 돈을 원했거나 선발이 탐나서 호기있게 배짱을 부렸다는 등의 얘기들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양키스와의 계약을 한 이 시점에서는 이제 더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는 지나간 과거일 뿐입니다. 

이미 돈은 벌 만큼 벌었고, 선발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찬호의 마지막 남은 도전(우승반지)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양키스라는 팀은 굳이 이자리에서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두에게 잘 알려진 팀이고 오랜 역사와 뛰어난 성적이 함께해온 최고 명문입니다. 

지난해 우승까지 포함, 총 2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냈으며 아메리칸리그 우승만해도 40번이나 됩니다. 또한 현재 통산승률 1위(.568)를 기록하고 있는 팀 역시 양키스입니다. (2위 샌프란시스코 .538 , 3위 다저스 .524)

현재 양키스를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보스턴을 거론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사실 양키스는 다저스와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고의 인기와 함께 전국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두 팀은 '가을의 고전' 파트너로서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자웅을 겨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거 총 11번을 챔피언 타이틀을 사이에 두고 만났던 양팀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성사된 월드시리즈 매치업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결과는 양키스가 통산 8승 3패로서 우위)

다저스와 양키스의 매치업은 작년 플레이오프에서도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미국의 언론들은 물론 수많은 야구팬들은 양 팀의 월드시리즈 매치업을 기대하고 있었으며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가장 보고싶은 월드시리즈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저스가 월드시리즈로 가는 문턱에서 2년 연속 필리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양팀의 맞대결은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습니다. 



현재 명예의 전당에 보관중인 1956년 양키스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공식 프로그램


하지만 잠시나마 그 아쉬움을 달래줄 두 팀의 대결이 올시즌 중반에 다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야구팬들은 물론 전세계 수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로서 벌써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고있는 3연전입니다. 다저스가 로스엔젤레스로 넘어온 이후 정규시즌 사상 두번째로 펼쳐지는 양팀의 대결을 위해서 양키스는 이번 6월(25일~27일)에 LA 방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1981년 마지막 월드시리즈 대결을 끝으로 23년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 팀은 이미 지난 2004년에 한차례 정규시즌 맞대결을 펼친적이 있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흥행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버드 셀릭 MLB 커미셔너의 최대 공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인터리그가 도입된 이후, 양팀은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던 것입니다.

당시에도 올시즌과 비슷한 시기(6월 18일~20일)에 맞대결을 펼친 두 팀은 다저스가 2승 1패를 거두며 화제의 승부를 위닝시리즈로 가져갔습니다. 지터, 에이로드, 지암비, 셰필드 등을 앞세운 창과 가니에가 주축이었던 방패의 맞대결은 결국 좀 더 두꺼웠던 방패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참고로 3연전 동안 나란히 2,3번 타자로 출전했던 지터와 에이로드는 각각 12타수 3안타, 11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올시즌 6년만에 정규시즌 재대결을 펼치게 될 두 팀의 승부는 전보다 더 많은 흥행요소가 생겼습니다. 일단 가장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킬만한 것은 현 다저스 감독인 조 토레와 양키스가 대면한다는 사실입니다. 12년동안 양키스를 이끌며 4번의 우승을 이뤄냈던 조 토레 감독은 돈 매팅리 코치와 함께 다저스로 왔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양키스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섭섭한 대우에 울분을 참으며 자존심을 선택했던 토레 감독으로서는 단순한 3연전을 넘어선 일종의 복수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년에 2010년 스케쥴이 발표된 직후 현지 라디오 KABC790과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힌 토레 감독은 양키스와의 대결에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그저 수많은 경기 중 일부일 뿐이라고 대답을 하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흥행요소는 토레 감독 휘하의 대표 장수, 매니 라미레즈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매니는 보스턴에서 8년을 뛰며 양키스 격퇴에 최선방에 섰던 선수였습니다. 매니의 엄청난 활약속에 2000년대 승부의 무게추는 보스턴 쪽으로 기울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매니가 양키스의 수장이었던 토레 감독과 함께 또다시 양키스를 상대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주목을 받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매니는 올시즌 양키스 전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보스턴과의 대결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흥행요소는 어제부로 생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팬들에게 주목을 받을만한 요소로서 박찬호 선수의 양키스 합류가 바로 그것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과의 계약은 다저스타디움에서는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행히 올시즌에는 이번 3연전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로스엔젤레스 지역의 수많은 한인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컵스와 계약을 했으면 한 경기가 늘어난 4연전에서 박찬호 선수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박찬호 선수 역시 이번 방문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에도 샌디에고에서의 최악의 피칭 이후 곧바로 이어진 다저스타디움 원정에서 호투를 펼치며 리듬을 찾은 박찬호 선수는 이때부터 한층 안정적인 불펜투수로 거듭나게 됩니다. 마운드에 서면 고향같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던 다저스타디움은 그에게는 20대 시절의 뜨거운 열정이 배어있는 곳이고, 2008년 재기의 기회를 준 곳이기도 하기에 약속의 땅이나 다름 없습니다. 

3주 전 방송사 Fox에서는 이번 3연전 중 한 경기인 토요일(현지날짜 26일) 4시 10분 경기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를 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습니다. 미리 MLB사무국에서도 전국 생중계를 염두해 두고 스케쥴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 이날 경기는 동부시각으로 토요일 저녁(7시 10분) 경기이기에 황금시간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부시각으로 프라임 타임에 생중계가 될 정도로 이번 3연전에 거는 방송사들의 기대는 팬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전통의 월드시리즈 라이벌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여러 흥행 요소들과 박찬호라는 이름까지 더해진 이번 3연전은 이제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은 물론 양팀을 대표하는 수퍼스타들의 향연, 여기에 작년 홈 평균관중 1위를 차지한 다저스타디움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함께 어우러질 이번 시리즈가 벌써부터 기다려 집니다.

*본 내용은 2010년 2월 23일 다저네이션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포스팅입니다. 

/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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