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2019

-[MLB토크] 7년만에 다시 읽는 네이선 이발디에 대한 선견지명 포스팅

6년뒤 이 투수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위대한 투구를 선보인다. 그리고 4년 6800만 달러 몸값을 받게된다 ©dodgernation.net



*이 글은 2012년 3월 27일에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 일입니다. 당시 클레이튼 커쇼 저지를 구입한 필자는 지인들로부터 엄청난 구박을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 막 풀타임 선발 1년차. 유망주지만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는 애송이 투수의 저지를 구입했다고 비난아닌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커쇼는 다저스 구단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좌완 유망주였고, 2008년 박찬호를 밀어내고 5선발 자리를 꽤차며 갓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신인 투수였습니다. 미래가 밝은 선수였지만, 그렇다고 비싼 돈을 주고 어센틱 저지까지 구입하는 행위를 쉽게 납득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점 찍어둔 유망주가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래서 훗날 그 선수가 스타로 성장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야구를 즐기는 팬들이라면 또 하나의 즐거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팬들의 가슴속에는 저마다의 활약을 펼치는 유망주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선수를 떠올려보고 계신지요. 필자 역시 한 선수가 있습니다. 올시즌 다저네이션의 선택은 바로 네이선 이발디입니다. 

커쇼와 마찬가지로 에이스들의 요람이라고도 불리 텍사스 출신의 백인 투수 네이선 이발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337번)에서야 다저스의 부름을 받은 이 우완 투수는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발 로테이션 합류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습니다. 

3선발 요원으로 시즌을 준비하던 좌완 테드 릴리가 갑작스런 목 부상 때문에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불확실해 졌기에, 이발디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온 것입니다. 

지난해 8월 6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선발 데뷔전을 치른 이발디는 운좋게도 데뷔 첫 승이자 선발승까지 챙기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살아 남았고, 34.2이닝 1승 2패 3.63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데뷔 시즌을 준수하게 마무리 짓습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1시즌 이발디는 직구 평균 구속이 94.1마일로서 강속구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구종은 슬라이더를 비롯해서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지며 신인답지 않게 다양한 구질로 승부했습니다. 

특히 80마일 후반의 슬라이더와 90마일 초반의 커터가 빅리그에서 통한다는 사실은 이제 1990년생 어린 투수의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케 했습니다. 






지난 겨울 다저스는 일본인 투수 구로다와 결별했습니다. 당시 다저스는 올시즌 우리 나이로 38살이 되는 투수에게 큰 돈을 지불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다저스가 계속 망설이는 모습이자 결국 구로다는 양키스로 떠나버렸습니다. 

결국 다저스는 메츠에서 180이닝(186이닝) 선발로 일어선 크리스 카푸아노와 2년 1000만 달러, 그리고 마찬가지로 샌디에고에서 14승 투수로 거듭난 애론 하랑과도 2년 1200만 달러에 계약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3년째에는 상호 옵션이 걸려있는 계약이었습니다. 

비록 지난해 어느정도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두 선수와의 계약은 여러모로 중간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계약으로 치부됐습니다. 한마디로 어중간한 선수들과의 계약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둘의 계약으로 인해 다저스 내부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선수는 다름 아닌 이발디였습니다. 그에게는 선발 한자리를 꽤찰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커쇼-빌링슬리-릴리-카푸아노-하랑으로 이어지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됨으로서 이발디에까지 기회가 주어지기는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발디는 두 선수가 영입되었을 때 적잖이 실망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나 이발디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선발 후보가 후보가 되고도 남을만한 성적입니다. 지난 겨울 그를 힘들게 했던 불안과 좌절을 실력으로서 이겨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26일 현재까지 10.2이닝을 투구해서 1승 무패 방어율 0.8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록 피안타율이나(.250) 삼진 개수(6개)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경기 운영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호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구위를 가지고 있는 투수인 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MLB.COM에서는 그를 다저스 탑 20 유망주들 사이에서 당당히 2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같은해 드래프트를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이단 마틴(1라운드 15번)보다도 6계단 앞선 순위입니다. 물론 유망주 랭크라는 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11라운드 선수로서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 트리플 A도 거치지 않고 3년만에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그의 성공 과정은 전도유망한 빅리거들의 성장 모습과도 흡사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자만하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 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들은 그의 앞날을 더욱 창창해 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흔한 수술이 되버렸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에게는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되는 토미 존 수술. 이발디 역시 고교시절 토미 존 수술을 통해 인생이 바뀌고 인내를 배웠다고 합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11라운드 지명 투수는 자신에게 주어지게 될 운명을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바꾸고 싶어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선발투수' 이발디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테드 릴리가 복귀하면 자연스럽게 스팟 스타터나 중간계투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그는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3년간 보여준 끈기와 노력보다 앞으로 3년뒤 눈부신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 여기 또 한명의 어린 투수가 56,000 명이 운집한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다저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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